외로운밤, 라디오 사연에 귀 기울이는 시간
도시는 자정이 넘어도 불을 완전히 끄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만 깜빡이는 아파트 복도, 배달 오토바이가 가끔 지나가는 골목, 침대 옆 탁자 위에서 휴대폰 화면만 어슴푸레 빛나는 방. 외로운밤은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쉬이 찾아온다. 낮의 소음이 가라앉은 뒤, 생각이 제 멋대로 커지는 시각에 라디오의 작은 목소리가 들어온다. 음악보다 먼저 닿는 것은 사연을 읽는 사람의 호흡, 그리고 낯선 누군가가 보낸 두세 줄의 사연이다. 누군가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누군가는 아기가 깨지 않기를 바라며 거실 바닥에 앉아, 또 누군가는 자취방에서 불을 끈 채 라디오를 튼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자신의 밤을 라디오라는 느린 미디어에 기대어 건너간다. 라디오 사연의 시간감각 심야 라디오는 낮과 다르게 말을 세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DJ는 속도를 낮추고, 문장 사이 간격을 살짝 더 벌린다. 음악 한 곡이 끝난 뒤 이어지는 공백이 길어도